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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조선일보> 방글라데시 '비소 지하수' 마신다

2010.03.24

방글라데시 '비소 지하수' 마신다

30년간 오염된 물 마셔 2000만명 중독·질병 위험

'물의 날'에 최악 환경재앙

1970년대 초 유엔 직원들이 방글라데시의 시골 마을에 우물을 팠다. 주민들은 "땅속 깊이에서 나오는 건 악마의 물"이라며 두려워했다. 당시 유엔은 주민들의 공포를 무지함 때문인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공포에는 이유가 있었다.

유니세프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방글라데시인 2000만명이 비소에 오염된 물로 인한 중독과 질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는 "1984년 인도 보팔 독가스 누출사고(1만5000명 사망)나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의 핵발전소 사고(80만명 방사능 오염)를 뛰어넘는 사상 최악의 환경 재앙"이라고 했다.

1970년대 초까지 방글라데시에서는 매년 아이들 25만명이 오염된 물을 먹고 이질로 죽어갔다. 유엔과 세계은행은 이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막대한 재원을 쏟아부었다.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려고 지하 20~100m 깊이의 우물을 1000만개 넘게 뚫은 것이다. 하지만 이 지역의 지하수에 높은 함량으로 존재하는 비소를 간과한 것이 실책이었다. 정확한 역학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전체 우물의 절반 이상이 허용 기준치(물 1L당 50㎍)를 넘어서는 비소 오염 상태인 것으로 추산된다.

비소에 중독되면 초기에는 손발이 두꺼워지는 병변(病變)을 일으킨다. 더 진행되면 피부·방광·폐암, 심혈관질환, 괴저병, 당뇨병 등으로 이어진다. 병변 증상을 겪는 사람은 신의 저주를 받았다고 여겨져 마을에서도 쫓겨나기 일쑤다.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의 2000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1L당 비소 함량이 500㎍(WHO 기준의 50배)이 넘는 물을 지속적으로 마시면 10명 중 1명이 각종 암이나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한다. 방글라데시에서는 2004년까지 매년 3000여명이 비소 중독과 연관된 암으로 사망했다. 암 외의 다른 질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아동 돌연사 등까지 합하면 비소 중독 때문에 매년 20만~27만명이 죽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하수의 비소 오염문제가 알려진 1990년대 이후 구호단체들은 빗물 여과기 등을 공급해 대체 식수원을 개발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 유니세프의 얀 젱(Zheng)은 "그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체 인구의 약 12.6%인 2000만명 이상이 여전히 비소에 오염된 물을 마신다"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말했다. 유엔개발계획(UNDP) 방글라데시 지부의 레나타 데살리엥(Dessallien)은 "더 이상 대책을 미룰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libra@chosun.com 입력 : 2010.03.23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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