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의 식사기금

보도자료

<부산일보> 우리들의 한 끼니 밥값 그들에겐 생명입니다

2009.08.24
20090820000088_1.jpg
우리들의 한 끼니 밥값 그들에겐 생명입니다


한 끼 식사 값으로 지구촌의 가난한 이웃들을 얼마나 구할 수 있을까. 주변에 먹을거리가 흔한 우리나라에서 하루 한 끼도 해결하기 힘든 절대 기아는 언뜻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지구촌에는 이러한 절대 빈곤(하루에 1달러 미만으로 생계유지) 상태의 가난한 지구촌 이웃들이 수없이 많다. 유엔 통계에 의하면 현재 지구촌에는 5초마다 10세 미만의 어린이 1명이 기아 또는 영양결핍으로 인한 질병으로 죽는다고 한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10달러(1만2천원 정도)만 있어도 5식구가 보름 동안 먹을 수 있는 옥수수를 구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한 끼 식사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절대 빈곤층의 지구촌 이웃을 위해 5년째 국제 구호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한끼의 식사기금' 이사장인 부산의료원 정신과 윤경일(51) 과장은 한 끼 식사 값의 '작은 후원'을 모아 '큰 지구촌 사랑'을 일궈가고 있다.

20090820000089_0.jpg
'한끼의 식사기금' 이사장인 윤경일 부산의료원 정신과 과장이 캄보디아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장면. 사진제공='한끼의 식사기금'


20090820000090_0.jpg
'한끼의 식사기금' 이사장인 윤경일 부산의료원 정신과 과장이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식량지원 활동을 하는 장면. 사진제공='한끼의 식사기금'


깨끗한 우물·건강 클리닉…

국제 빈곤층 등 5년째 구호

거저 주는 대신 노동 대가식 지원

1만명 후원금 받아 운영


#부산에 본부를 둔 유일한 국제구호 단체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없는 가난한 사람들. 먹을 음식을 구하기 위해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이나 수치심도 잊은 지 오래인 그들을 보면 누구라도 일종의 도덕적 사명감을 느낄 것입니다." 부산에 본부를 둔 유일한 국제구호단체인 '한끼의 식사기금(051-731-7741)' 이사장인 윤 과장은 가난한 지구촌 사람에게 작은 희망의 메시지라도 전달될 수만 있다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한끼의 식사기금이 현재 구호활동을 하고 있는 곳은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미얀마, 네팔 등 4개국. 이들 나라의 절대 빈곤층을 대상으로 식량, 의료, 교육 및 생활환경 개선 등을 돕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 남쪽에 위치한 짐바브웨도 지원을 해왔지만 1년 전부터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잠정 중단한 상태이다.

"우리가 먹는 한끼의 식사 값은 제3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큰 돈입니다. 하지만 무작정 주는 것보다 도로 공사, 우물 파기, 저수지 만들기 등에 대한 노동의 대가로 지원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윤 과장은 아이들의 교육 지원에도 이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 방글라데시의 수도인 다카의 빈민촌 아이들이 기초적인 교육을 받도록 유도하기 위해 100명의 학생 중 70명에게 매달 1인당 10㎏의 쌀을 장학금으로 주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새로운 학교건물이 완공될 예정이라는 윤 과장은 "아이들이 음식을 구하느라 학교에 오지 않는 경우를 막기 위해 학용품 지원 외에 쌀을 장학금으로 지급하며 학습의욕을 고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끼 식사 값, 절대 빈곤층엔 큰 돈

식량 등 지원 외에 주민들의 의료 지원에도 심혈을 쏟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우물의 비소 중독이 심각해 어떤 곳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 300∼400배 이상의 비소 검출로 주민들의 피부암 등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우물에 비소 여과 필터를 설치하고 있는데, 지난해 4곳, 올해는 5곳에 이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또 네팔에도 이달 말께 주민들의 건강을 살피는 '클리닉'을 개설할 예정이다. 간단한 치료이지만 그 험난한 산악 지형을 무릅쓰고 1주일이나 걸어서 오는 사람들을 생각해보면 이런 '클리닉'은 정말 그 사람들에게는 구세주나 다름없다고 한다. "인도 출신의 수녀이자 의사, 간호인력 등 4명에 대한 인건비와 의약품 등 운영비를 지원해 매주 2회씩 인근 마을을 순회하면서 치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는 윤 과장은 캄보디아에서도 에이즈 환자를 위한 쉼터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굶주림의 기아 못지않게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기초적인 의료 등 지원을 받지 못해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대접도 받지 못해 느끼는 좌절감이나 모멸감 등의 '정신적인 기아'도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

그렇다면 재정적인 부분은 어떻게 감당할까. "한끼의 식사기금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철저하게 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매월 회비를 내는 3천명과 온라인에서 후원하는 7천명 등 1만명의 회원들이 재정 수입의 원천이지만 올해부터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도 받아 한결 나아졌다"고 윤 과장은 말한다.

현직 의사로서 진료 일정도 바쁜 윤과장은 매일 병원 일과가 끝나면 해운대구에 있는 한끼의 식사기금 사무실로 출근(?)한다. 현재 4명의 직원이 상근하고 있는 사무국의 구호 기획 및 추진 상황 등을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왜 사서 고생하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한끼의 식사가 '생명'인 절대 빈곤층을 돕는 것이 곧 나의 행복이고 사랑임을 느끼면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라는 윤 과장의 대답은 주변의 우문(愚問)에 대한 현답(賢答)일 것이다. 곽명섭 기자 kms01@busan.com

사진=김병집 기자 bjk@

부산일보 | 20면 | 입력시간: 2009-08-21 [09:1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