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의 식사기금

보도자료

<부산일보> 의료등 해외봉사활동은 인도주의 차원에서...

2008.08.02

진료실에서] 의료 등 해외봉사활동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만
/ 윤경일 한끼의 식사기금 이사장

지난달 말 세 번째로 캄보디아의 구호현장을 다녀왔다. 난치병환자 결연사업, 식량지원 프로그램, 에이즈환자 쉼터 구상 등 여러 가지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최근 들어 부산지역에서도 해외 봉사활동이 활성화되고 있다. 필자도 해외의 가난한 나라에 식량을 지원하고 있는 한 구호기관의 대표로서 봉사활동을 한 뒤 많은 것을 느끼곤 한다. 한 끼 식사도 해결하기 어려울 정도의 빈곤층들을 보면서 '우리는 그들보다 너무나 풍족하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곤 한다.

과거의 구호사업은 주로 당장의 어려움만 벗어나게 해주는 일회용 성격의 퍼주기식이 많았으나 점차 자활능력을 배양해주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기아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당장 먹을 것을 주는 데만 치중하기보다는 그들이 생활기반을 보다 튼튼히 마련, 자립할 수 있는 방향으로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상 인물들 중 슈바이처 박사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프리카 사람들은 "슈바이처 박사는 이 땅을 다녀가서 유명해졌지만, 우리는 백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그대로다"라는 말을 한다.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지적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봉사활동은 현지인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젠가 방글라데시에 큰 홍수가 났을 때 한국도 쌀을 지원했다.

하지만 현지인이 주로 먹는 쌀과는 다른 국내에 남아돌던 쌀을, 그것도 촌각을 다투는 긴급상황에서 배로 실어 보냈으니 쌀이 도착했을 때는 상황이 종료된 후였다. 생색만 냈지 현지인들에게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못한 것이다.

지난달 캄보디아 구호현장에서 목격한 일도 마찬가지이다. 수상가옥 마을을 방문하는 도중 국내의 한 종교단체가 지은 것임을 표시한 한글 푯말이 있는 건물을 보게 되었다.

건물 안은 비어 있었는데 한국의 모 교회가 지었지만 현지 승인이 나지않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봉사활동을 어떤 다른 목적의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현지의 반발을 사기 쉽다. 실제로 캄보디아 정부는 최근 선교금지령을 내린 바 있다. 진정한 봉사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

지구촌 시대에 인종이나 종교는 달라도 모든 가난한 이들에게 정성껏 도움을 줘 다함께 행복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존귀한 일은 없을 것이다.

먼 이국 땅의 타인이 나와 같이 사랑과 평화를 바라며 살아간다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지금보다 훨씬 밝아질 것이다. 두 손 가득 움켜쥐지만 말고 다른 이들을 위해 한 손은 빈손으로 남겨두면 어떨까.
/ 입력시간: 2007. 07.31. 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