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의 식사기금

보도자료

<부산일보> 가난 찌든 방글라데시에 희망을 심어요

201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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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화장실은 물론 전기의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는 집, 쓰레기 더미의 매캐한 냄새가 뒤범벅된 골목, 길에서 몸을 씻는 아이….

부산지역 유일의 국제구호단체 '한끼의 식사기금'(이하 식사기금)과 함께 찾은 방글라데시에서 가난은 마주하기 힘든 고통의 연속이었다. 이 같은 극한의 상황에서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주민들의 모습은, 차마 외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기도 했다.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서 승용차로 6시간여를 달린 뒤 다시 나룻배를 타고 30여 분 들어가서야 브라만바리아 라즈끄리쉬나뿔 마을이 저만치 보였다. 마을에 내리자 슬레이트
지붕에 판자, 짚 등을 얼기설기 엮어 지은 낡은 집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전기가 없는 탓에 한낮에도 집 안은 어둑어둑했다. 인구 300여 명의 조그마한 이 마을은 우기가 되면 바깥출입조차 힘들어지는, 오지 중의 오지였다.


부산 국제구호단체 '한끼의 식사기금'
전기조차 없는 오지마을에 학교 건립
수도 다카에선 빈민촌 여성 지원 활동


40도가 넘는 무더위와 낯선 가난 속에서 절로 한숨이 터져 나오는 순간, 뜻밖에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따라가니 교실 세 칸에 교무실이 딸린 아담한 학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파란색 교복을 차려입은 100여 명의 아이들이 반갑게 손을 흔들며 환영 인사를 했다. 이런 오지에 학교가 있다니…. 알고 보니 식사기금이 지어 최근 완공한, 마을의 하나뿐인 초등학교였다.

2년 여 전만 해도 이 마을에는 학교가 없었다. 나룻배를 타고 나와 걸어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학교가 그나마 제일 가까웠다. 우기에 등교하는 것은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아예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도 상당수. 주민들은 자녀에게 무지의 대물림을 원치 않았지만, 정부는 별다른 지원책을 내놓지 못했다.

때마침 방글라데시 구호에 나선 식사기금이 이 마을의 어려운 사정을 접했다. 식사기금은 주민들과 함께 학교를 짓기로 결정하고, 마을 안에 임시 학교를 마련했다. 교사들의 연수를 지원하고, 아이들에게는 가방과 교복을 나눠주었다. 매달
장학금 명목의 쌀도 지급했다. 지난해 말부터 단체 모금예산 2천여만 원을 투입해 본격적인 학교 건립에 들어갔다.

마을 주민 50여 명도 발 벗고 나섰다. 특히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주민 슈도쇼(40) 씨는 폭우로 공사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면서 다리를 다치는 부상을 당했지만, 자녀들이 다닐 학교가 생긴다는 마음에 공사에 하루도 빠짐없이 참여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반년에 걸친 두 차례의 공사 끝에 이달 초 학교가 완공되자 마을 전체가 잔치 분위기에 휩싸였다. 지난 6일에는 식사기금과 마을 주민, 지역 국회의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준공 기념식도 가졌다. 스리디(10) 양은 "비가 와도 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어 무척 행복하다"고 웃음 지었고, 이 마을 출신 교사 나윤다라(21·여) 씨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준 한국에 고마움을 잊지 못할 것"이라며 감사해했다.

사실, 이 같은 도움의 손길은 방글라데시 전역이 필요로 하고 있었다. 수도 다카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래된 빈민촌이 시내를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엮여 있었다. 하자리밧 마을이 대표적인 사례. 골목 곳곳에는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었고, 오물도 흘러넘치고 있었다. 공동화장실을 쓰는 이곳에는 30여㎡(약 10평)도 안 되는 집에 7~8식구가 사는 것은 다반사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생리대 살 돈이 없어 학업 포기에 이어 질병에 시달리는 이중고까지 겪고 있었다.

식사기금 윤경일 이사장은 "자수 자활사업과 함께 생리대 제작을 통해 빈곤 여성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자원이 많이 부족하다"며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한편
캄보디아와 네팔, 방글라데시 등에서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식사기금은 오는 13일까지 부산대학교에서, 18~20일 동의대학교에서 커피와 음료, 케이크 등을 제공하는 '희망 카페'를 운영한다. 수익금은 캄보디아 도서관 책 지원 기금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051-731-7741~2. www.samsal.org.

방글라데시=글·
사진 윤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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