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의 식사기금

보도자료

<조선일보>우리이웃 사람들 2006.12.19

2007.05.14

  • ‘한끼 의 식사기금’ 회원들

         김용우 yw-kim@chosun.com

         2006.12.18 23:28 / 수정 : 2006.12.19 02:34 


    지난 달 21일 열흘간의 무거운 ‘아프리카 여행’을 마치고 부산 김해공항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들여놓은 사람들이 있다. 부산의료원에서 정신과 의사로 근무중인 윤경일(47)씨 등 4명의 부산사람들이다. 이들은 가는 데만 30시간 걸린 짐바브웨에서 피로도 잊기 전에 옥수수 10㎏들이 1440포대를 내려놓았다. 식용유도 36만t. 마밤보스쿨의 학생가족 40세대가 1년간 먹을 수 있는 양식이다.

    도시빈민지역인 뉴 타파라로 가서는 2평짜리 방에서 병아리처럼 붙어 노는 16명의 고아들에게 1년치 식량과 의료비를 지원키로 약속했다. 짐바브웨 3번째 도시 구웨루에선 닭·염소와 사육장을 선물하고, 가족 6명을 에이즈로 잃은 24세 아가씨 가장(家長)인 냐라이에겐 채소 재배와 가축 등을 키워 가난을 이기도록 하는 염소사육프로그램을 지원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 마밤보의 빈민가 어린이들이 '한끼의 식사기금'에서 지난 달 방문해
                       지원한 옥수수 포대를 배급받고 있다.


    식사 한끼 값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국제구호 활동을 다니고 있는 이 사람들은 ‘한끼의 식사기금(www.samsal.org)’ 회원들이다. “지구촌이라거나, ‘세계는 하나’라는 말을 수없이 내뱉으면서도 굶주린 지구인을 버려두다니…” 이런 생각으로 모여, 작은 ‘한끼’를 한 곳에 끌어모아 큰 연못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바로 ‘한끼의 식사기금’이다.

    2004년 9월 현 이사장인 윤경일씨 등 부산지역 의사를 중심으로 12명이 모여 설립했다. ‘한끼’ ‘두끼’ 모여들어 현재는 회원 수가 전국에 1500여명이 됐다. 본부는 부산 해운대에 있고, 작년 9월 서울에 서울·경기지부를 설치했다. 2005년 4월 방글라데시 구호사업이 첫 프로젝트였다. 7일간 찔마리지역과 브라마푸뜨라강 유역에 1인당 쌀 20㎏으로 모두 1200명에 2만4000㎏의 식량을 지원하는 사업이었다.

    다음해인 2006년 1월 캄보디아까지 ‘한끼’가 전달됐다. 프놈펜과 오지마을에 쌀을 비롯해 난청환자용 보청기 20대 지원했다. 올해는 짐바브웨로 손길을 뻗었다.

    윤 이사장은 “우리 경제는 무역규모가 세계11위 수준에 이른다. 우리도 이제 남에게 도움을 줘야하는 자리에 이르렀음을 의미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그는 “20달러만 있으면 5인 가족이 한달 동안 먹을 수 있는 옥수수 50㎏을 구입할 수 있고, 100달러가 있으면, 6인 가족이 6개월간 먹을 수 있는 식량을 구할 수 있다”고 말을 더한다.

    모임의 김성근 이사(경남정보대겸임교수)는 “그냥 주머니 돈을 꺼낼 수도 있지만, 스스로 한끼씩 굶고, 그 돈으로 후원하면서 이들과 작으나마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라며 기금의 성격을 설명했다.

              '한끼의 식사기금'회원들이 부산 금사동 보광정사에서 소외계층에 전할 배추 3000포기
              분량의 김장 김치를 담그는 모습. 뒷줄 왼쪽 두번째가 윤경일 이사장이다.


    한끼의 식사기금은 해외 식량지원, 의료지원, 지역재개발 및 교육지원 사업을 하는 국제적 구호단체로 커가고 있다. 이들은 창립 다음해인 2005년 방글라데시 구호사업 개시 이후 곧 바로 6월부터 국내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저소득층 생계비 및 의료지원, 급식비 지원사업이 진행됐고,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에 전하는 사랑의 김장 담그기 행사도 열어오고 있다.

    많은 이들의 ‘한끼’가 지난해 1억1800만원 모였다. 올해는 1억5600만원, 내년엔 조금씩 더 늘어 2억원 가량이 모일 것으로 ‘한끼’의 사람들은 예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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